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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데미안> 나 또한 알을 깨고 있는 중인 걸까.




올해의 다짐 한 달에 한 권 읽기.
2월에는 어떤 책을 읽어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점에 갔다. 수많은 책들 사이에 단연 돋보이는 베스트셀러. 하지만 뭔가 끌리지 않았다. 그렇게 책들을 구경하다, 세계문학이라고 쓰여있는 책장에 꽂혀있는 데미안이 눈에 들어왔다.
난 고전문학을 좋아하나보다. 시간이 흘러 다시 봐도 재밌고, 또 다르게 보이는 책. 고등학교 때 데미안을 읽다가 만 것 같은데 이번 기회에 다시 읽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결국 책장에서 꺼내어 결제를 했다.








<데미안> - 헤르만 헤세





다른 출판사의 데미안을 읽을까 하다가 민음사의 세계문학 시리즈를 좋아하는 터라
이렇게 하나하나 조금씩 모아보자는 생각에 민음사로 결정했다.



이책은 싱클레어라는 한 소년에게 데미안이라는 신비한 소년이 나타나 싱클레어의 생각의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성장 과정에서 겪는 시련과 그 시련의 극복 그리고 깨달음을 통해 자기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자아, 에바 부인은 싱클레어의 원초적인 자아가 반영된 인물이 아닐까 생각했다. 데미안와 에바 부인 그 사이에서 고뇌하고 갈등하고 방황하는 싱클레어는 원초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 사이에서 방황하는 자신을 그린 게 아닐까 싶고.
그리고 마지막 부분, 에바부인이 전한 키스를 데미안과 나누고, 다음날 일어나 보니 데미안이 사라진다. 그러나 싱클레어는 나의 친구이자 인도자인 그와 닮아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이 부분에서는 싱클레어의 원초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가 합쳐지며 결국 자신만의 정체성 자아를 찾은 싱클레어를 말하는 것이라 느껴졌다.


데미안을 끝까지 읽으며 이 책이 유명한 이유를 알게됐다. 첫 번째 해석할 거리가 많다. 해석할 거리가 많다는 것은 사람마다 이 책을 읽고 든 생각, 느낀 점이나 의견이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시간이 흘러 다시 읽어도 새롭게 읽히는 그런 재밌는 경험을 만들어 낸다. 두 번째 유려한 문체이다.
어린시절어린 시절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부분이나 싱클레어의 선과 악 사이에서의 고뇌를 풀어낸 부분에서 내가 어린 시절 두려워했던 감정을 끄집어냈다. 난 싱클레어의 내면에 빠져들었고 결국 이 책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세 번째 나의 내면과의 대화를 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그랬던 것처럼 책에 나오는 한 문장이 나에게 닿아 큰 파동을 만들었고 읽고 난 후 곱씹으며 내면과 대화하게 만든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그런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종교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종교적 배경지식이 있어야 이해하기 쉽다는 점이다. 모른다면 검색해서 찾아보고 읽는 것을 추천한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내게는 단순한 방법이 있지. 매번 아주아주 똑바로 그분 눈을 들여다보는 거야. 그러면 거의 모든 사람이 못 견디지. 다들 불안해져. 만약 네가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를 얻으려 하고 느닷없이 아주 힘을 주고 똑바로 그의 눈을 쏘아보는데도 그가 전혀 불안해하지 않거든 포기해! 그런 사람에게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어. 결코! 하지만 그런 일은 아주 드물어.


나는 자주 미래의 영상들을 가지고 유희했더랬다. 어쩌면 시인 혹은 예언자 혹은 화가 혹은 어떻게든 나를 위해 예비되었을 역할들을 꿈꾸곤 했다. 그 모든 것이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시를 짓기 위해, 설교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또 다른 어떤 인간이 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모든 것은 다만 부수적으로 생성된 것이었다. 모든 사람에게 진실한 직분이란 단 한 가지였다. 즉 자기 자신에게로 가는 것. 사람들은 결국 시인 혹은 광인이, 예언가 혹은 범죄자가 될 수도 있었다. 그것은 관심 가질 일이 아니었다. 그런 것은 궁극적으로 중요하지 않았다. 누구나 관심 가져야 할 일은 아무래도 좋은 운명 하나가 아니라 자신의 운명을 찾아내는 것이며, 운명을 자신 속에서 완전히 그리고 굴절 없이 다 살아 내는 일이었다.








난 위 일련의 구절들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나는 어떤 인간이 되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내 자신을 찾고 나의 운명대로 산다면 그 역할은 부수적으로 생성된다는 것. 어쩌면 나는 어떤 인간이 되려고 했던것 같다. 내가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려면 갇혀있던 생각, 알을 깨뜨리고 나와야겠다. 데미안이 말한 대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사람에게 어필한다면 대부분 이루어질 테니까.






한줄평. 방황하는 어른이에게 멋진 울림을 준 책.


쥔장 평점 8.0 / 10.0